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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읽는다, 외롭고 괴롭기에
우리는 읽는다, 희망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길을 찾길 원하므로
독자인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읽은 책 너머, 쓰인 책 너머,
아직 읽히지 않은, 쓰이지 않은 우리의 삶이 있다
말없이 흐르는 눈물, 할 말을 잃은 마음, 등허리에 커다란 바위를 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에 깊이 연민하는 작가. 온갖 고통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내는 일의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는 작가 정혜윤의 신작 『책을 덮고 삶을 열다』가 출간되었다. 전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과 『삶의 발명』이 조용히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면,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책이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삶을 영원히 바꾼 순간에 대한 에세이다. 책이 어떻게 삶의 재료가 될 수 있는지, 밑줄 그은 문장, 접어놓은 페이지, 옮겨 적은 글귀들이 어떻게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지, 다른 작가들의 문장을 이어 붙여 어떻게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말한다.
어떤 책이 특별하다면 우리가 그 책을 필요로 하거나 사랑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오래된 이야기를 계속 살아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열의이고, 우리는 인류가 수없이 다시 읽는 이야기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때론 무의미하고 덧없게도 보이는 이 일을 저자가 ‘마법’이라 부르는 까닭은 그에게 읽기가 곧 발걸음을 옮겨 다른 생명에게 내닫는 일이어서다. 이 책에는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던 존재를 새롭게 사랑하게 된 순간이, 세상을 향한 마음을 닫을 수 없던 순간이,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던 순간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어느새 “나의 열정은 나를 잊어버리는 것”이 된 저자가 ‘나’로부터 끌려 나온 끝에 발견한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경이가 있다. 매혹적인 글쓰기로 긴 시간 우리에게 더없는 위안을 준 작가 정혜윤이 자신 삶의 가장 강력한 재료인 책을 섞어 만든 이 책은 읽기라는 미약한 행위가 이 슬픈 세상에 어떤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건넨다.
<책 속으로>
책을 읽다 보면 ‘선물 같은’ 생각 하나, 문장 하나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연히 마주친 책의 한 구절, 시 한 소절, 얼핏 떠오른 생각 하나, 사랑의 말 한마디. 이런 것들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마음을 뒤흔드는 이 덧없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들이 무엇이길래 감동을 받고 조금 더 잘해야겠다, 이겨내야겠다, 다짐하게 하는 것일까? 그것들이 무엇이길래 어떻게든 삶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그 짧은 휴식 시간에 많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간다. ‘가장 좋은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하라.’ 이런 마음이 든다면, 작은 빛 하나를 들고 일어서는 것과도 같다. 휴식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생각이, 계속 말을 거는 목소리 하나가 마음에 남을 수 있다.(12면)
어떤 장소는 한 사람이 특별한 방식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특별해진다.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이야기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우리 몸이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사람의 삶이 흘러들어 온 복작대는 항구이면서 여행지에서 해독하고 싶은 단 하나의 아스라한 불빛인 순간이 있다. 진정한 풍경은 우리 마음속에서 펼쳐진다.(39-40면)
생명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어찌나 강력하게 가슴에 박혔던지 나는 이제 얼핏 본 낯선 사람의 피로에 절은 등판, 축 늘어진 어깨, 실망에 익숙해져가는 얼굴, 문 닫힌 가게, 언제나 약간씩 잘못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슬픈 자매애를 느낀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삶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만히 ‘누리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것만 바라는 것이 아니다. 위축되어 초라함에 떨지 않기를, 고개를 떨구고 혼자 어둠 속에 있지 않기를, 혐오에 빠져들지 않기를,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기를, 너무 고통받지 않기를, 힘을 잘못된 데 쓰지 않기를, 존엄성과 생명을 잃지 않기를, 자신의 능력과 기쁨을 찾기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기회를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56-57면)
이것은 쇠퇴에 대한 질문이다. 한때 이루었으나 이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것조차 재료가 될 수 있나? 찰리 파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음악은 너의 경험이고, 너의 생각이며, 너의 지혜다. 그것과 살아보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코 너의 색소폰을 통해 나올 수가 없다”. 책도 그것과 함께 시험대에 서보지 않았다면, 책과 함께 자기만의 작은 지옥과 천국을 통과해보지 않았다면, 책을 짠맛으로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삶을 통해 깊게 나올 수가 없다. (76-77면)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 심장은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에 반응한다. 한 인간으로서 고통받을 수 있다, 외로울 수 있다,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슬픔이 있을 수 있다, 이해받지 못할 수 있다, 두려울 수 있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모욕과 수치를 당할 수 있다, 뜻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실패하지 않았다.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90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늘 이야기와 연결시킨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아는 것은 내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에 건드려지는 부분을 ‘존재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이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든다. 마음이 운명과 관계를 맺게 만든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나를 변하게 할 힘이 있다. 나를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시킨다. 나는 슬픈 사람의 아름다운 자아를 사랑한다. 아무리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아름다움은 여전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90-91면)
우리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바뀌면 삶도 바뀐다. ‘삶은 삶에 관련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삶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삶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면 삶도 없다’, 이것은 내 생각이면서 또 많은 작가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야기하는 동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것, 우리의 이야기를 남이 대신하게 하지 않는 것, 우리의 가장 멋진 점을 이야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111면)
이렇게 해서 내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책을 읽고, 형형색색의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접어놓고, 메모를 달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노트에 옮겨 적는 행동은 감동 이상의 중요한 점이 있다. 뭘까? 밑줄, 접어놓은 페이지, 옮겨 적은 글귀들은 우리의 정신 상태를 알게 한다. 밑줄 친 문장들은 각자의 마음이 필요로 했던 바로 그 말들이다. 모든 페이지마다 감탄하고 사랑을 느끼고 뭔가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독자 자신의 마음이다. 책의 아름다움은 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부터도 나온다. “어느 여름 저녁 세상 시름을 잊은 채 강둑 너머를 내려다보는 이의 눈을 통해 강을 바라본다. […] 이 사람을 찾으러 가자(이내 명백해지는 것은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174면)
어느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앞날이 두려운 사람이, 상실감에 젖어 있는 사람이, 낙담한 사람이, 어두운 예감에 사로잡힌 사람이 문장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고 문장을 붉은 실 삼아 가슴의 상처를 꿰매려고 할 때, 문장을 유일한 친구 삼아 스스로 다짐을 할 때, 이렇게 문장을 삶으로 옮기려고 할 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존 버거의 표현을 빌리면 “다른 사람이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굶주린 사람이 볼 때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지 않는” 것처럼. 나는 이 과정에 내 나름대로 이름을 붙였다. ‘이야기 이어 붙이기’. 독자는 자신이 이어 붙인 이야기를 닮는다. 독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가 아니라 누구이고 싶은지 알 수 있다.(174-175면)
<출판사 서평>
● 오래 듣고 감탄하며 쓰는 사람의 책 읽기
-사라지지 않도록 듣고, 잊히지 않도록 쓰기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지금의 정혜윤을 만든 목소리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수십 년간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며 삶을 뒤흔드는 재난에서도 기어이 희망과 기쁨을 붙잡은 자기 인생의 이야기꾼들의 말을 기록해왔다. 책에 대한 책인 이 책에서 멜빌, 칼비노, 디네센, 다이어와 같은 대문호의 문장과 더불어 한겨울 남태령의 밤을 지키던 시민, 무안공항으로 모여든 세월호 유가족, 눈물이 흐르던 고래의 얼굴을 기억하는 원양어선 항해사 들의 이야기가 함께 흘러나오는 이유는 명백하다. 아무리 위대한들 책은 삶을 비출 때 비로소 가치를 얻는다. 사랑을 잃었는데도 사랑을 지키는 이들, 존재하지 않는 생명을 다른 방식으로 영원히 살아 있게 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에서 저자에게 세상은 여전히 이야기될 것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저마다의 삶, 저마다의 불행, 저마다의 고통과 슬픔,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말을 발견하는 일이 결코 덧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잘 알고 있다.
● 변신의 순간들
-『바베트의 만찬』, 『모비 딕』, 『그러나 아름다운』, 『호라이즌』……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저자가 책을 통해 변신하게 된 순간들의 기록이자 그가 사랑하는 작가들에 대한 헌사다. 『바베트의 만찬』에서 천재 요리사의 손을 들여다보면서 자유와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순간. 한때 세계여행 가이드북처럼 읽었던 고전 『모비 딕』을 다시 읽으면서 감탄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 순간.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으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어떻게 현실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지 깨달은 순간. 칼비노의 작품을 읽고 현실의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 순간.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려고 『호라이즌』을 쓴 베리 로페즈를 따라 “서로를 위한 이야기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이 이야기들을 그러모아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다. 이야기하는 동물로서 우리의 임무는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것, 우리의 이야기를 남이 대신하게 하지 않는 것, 우리의 가장 멋진 점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책의 문장을, 삶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누구였는지가 아니라 누구이고 싶은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이어 붙인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닮아간다.
●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읽기 전에는 없던 가능성을 찾아서
책이 책으로만 존재할 때 책은 갇힌 세계이고 읽는 이의 자아는 변하지 않는다. 변화가 없는 독서는 정보에 불과하다.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저자는 독서가 "낯설거나 새롭거나 유혹적인 어떤 것인가를 받아들이면서 느리게 서서히 어쩌면 영원히 변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책을 덮는 행위는 글에 갇히기를 그만두고 삶 속으로 뻗어나가 다른 이와 이어지기를 열망하는 행위다. "삶이 아무리 무의미해 보여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연결 속에서고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뭔가랑 연결되는 것뿐이다. 올바른 연결만이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
모든 책은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쫓는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바뀌면 삶이 바뀌기 때문에.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밑줄 그은 문장들을 친구 삼아, 문장들에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고, "문장들을 붉은 실 삼아 가슴의 상처를 꿰매려고 할 때" 찾아오는 삶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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