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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웅진지식하우스 2022.11.10.

모든 것을 이루는 원자에서부터 모두가 ‘별의 먼지’인 인간까지,
과학이라는 이름의 빛은 우리가 잊었던 경이로운 것들을 비춘다!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의 저자 김범준이
눈부신 과학의 언어로 써 내려간 42편의 삶의 송가

* 국립과천과학관장 이정모, SF소설가 곽재식, 수학자 김민형, 우주물리학자 황정아 추천
* 상대성이론, 엔트로피, 양자역학… 복잡한 과학 지식을 한 편의 시를 읽듯 음미하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김범준의 신작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자가 인간의 삶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과학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책이다.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등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 김범준이 가장 각별하게 여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처음’, ‘흐름’, ‘허공’, ‘사과’, ‘무게’, ‘떨림’, ‘틈새’ 등 우리의 일상과 과학이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포착한 42편의 글로 구성된다. 허공과 다름없는 원자 내부를 들여다보다가 원자로 이뤄진 우주를 이성의 힘으로 깨달은 인간의 경이로움과 만나고, 인간관계의 소통을 지구와 사과 사이 중력의 상호작용에 빗대어 말의 경중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질량에 관한 고민에 이르는 식이다. 커튼 틈새로 햇빛이 드리우면 평소에는 그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먼지들이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빛의 난반사로 인한 일상의 황홀한 단면이지만 저자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평범한 얼굴들을 떠올린다. 말 그대로 과학이 지식을 넘어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렌즈를 빌려,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간과하지만 이 세계를 움직이는 작은 존재와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여느 과학 분야 도서들이 과학 지식의 전달이나 과학으로 생각하는 법에 치중한 것과 달리,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한 발 더 나아가 과학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과학을 지식의 영역을 넘어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녹여낸 이 책은 “세상사에 한숨을 쉬며 주저앉고 싶을 때 힘을 내게 해줄 것”(곽재식 추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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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티끌같이 사소해도 천금같이 소중합니다

 

1부 우리는 모두 우주에서 온 별의 먼지: 인간이라는 존재로 산다는 것

[처음] 시간의 화살 위에 점을 찍는 일

[흐름] 강물은 에너지로 흐르고 세월은 엔트로피로 흐른다

[허공] 원자에서부터 우주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이루는

[소멸]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는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과학자의 노트∥인간이란 무엇인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빈칸]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진공의 바다

*과학자의 노트∥저자가 한 명이라도 주어는 ‘우리’: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성공] 가장 높은 고지에 이르는 최적화문제

[경험] 알파고는 이기는 법을 인간에게 배우지 않았다

*과학자의 노트∥우리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 배움의 뇌과학

[예측] 뉴턴이 말했다, 내일도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고

 

2부 적어도 지구 위에 고립계는 없다: 관계의 물리학

[열림] 생명, 그리고 인간관계의 필요조건

[거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량

[인연] 천문학적 규모의 우연에 이름을 붙이는 일

[사과] 중력이라는 이름의 상호작용

*과학자의 노트∥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동행의 작용-반작용법칙

[온도] 아내의 언 손을 녹이는 것

[뾰족] 큼과 작음의 비율

[무게] 존재의 무게를 좌우하는 중력장

[꼰대] 지금 이곳의 좌표

*과학자의 노트∥좋은 리더란 어떤 것일까: 계층구조의 효율성에 관한 리더십 연구

 

3부 모든 변화는 상전이처럼 온다: 보이지 않는 힘들의 세계

[자석] 스핀이 한곳을 바라볼 때의 위력

[떨림] 변화의 순간을 알리는 격렬한 신호

*과학자의 노트∥빨간 약, 그리고 내 마음속 가시: 영화 〈매트릭스〉

[공명] 나와 너의 진동수가 같아지는 순간

[증가] 우주를 쌀알로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

[꼼짝] 운동에너지가 0이 되면 생기는 일

[평형] 힘과 힘이 벌이는 팽팽한 대결

[비움] 지속을 위한 버림

*과학자의 노트∥가을 하늘이 주는 오싹한 경이로움

[순환] 지속가능한 것들의 조건

[마찰] 뜨거워지는 세상, 폭주하는 미래

*과학자의 노트∥세상을 구할 영웅도, 세상을 망칠 악당도 없다: 행위자가설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4부 과학이 지식이 아닌 태도가 될 때: 이성의 눈으로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법

[역설] 겸허의 학문

[주체] 눈을 감아도 그곳에 달이 정말 있을까

*과학자의 노트∥‘덕업일치’를 이룬 물리학자입니다만!

[잣대] 1킬로그램을 정의하는 법

[기준] 기준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같음

[법칙]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은 없다

[상식] 나의 지식을 모두의 상식으로 만드는 과정

[이해] 공통의 나무 그늘을 찾는 일

*과학자의 노트∥뇌 안의 연결 배선을 바꾸는 방법: 말과 글

[풍경] 봉우리 높이만큼의 에너지

[확률] 세상은 양자택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계] 문턱이 사라지면 발가락을 찧지 않는다

 

5부 더 나은 삶을 향한 아름다운 안간힘: 공존에 관하여

[무한] 거리가 아닌 방향으로 측정되는 물리량

[틈새] 있지만 잊었던 작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대칭] 물리학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옥석] 다이아몬드와 흑연 사이

[평화] 연결의 구조를 바꿔 세상을 바꾸다

[자연] 우리가 없어도 목련은 핀다

[투명] 아득히 깊은 곳까지 빛이 다다르려면

*과학자의 노트∥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길: ESG경영에 관하여

 

 

◆ 책 속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간혹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물리학의 질량을 생각하다가 마음의 무거움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 이 책에는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서로 결이 다른 두 얘기를 함께 적을 때는 다름보다는 비슷함에 주목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모든 것을 둘로 딱 나눠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과학만 이야기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학도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광막한 우주 속 사소해서 어쩌면 더 소중한 우리 존재를 생각하고, 커튼 틈새로 들어온 햇빛에 반짝이는 작은 티끌을 정겹게 바라보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주의 지금 모습과 고마운 햇빛을 보면서, 물리학의 여린 중력과 약한 핵력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작고 여린 것들의 함께 모여 우리 사는 세상이 됩니다.

-8~9쪽, 「들어가며_티끌같이 사소해도 천금같이 소중합니다」

 

지구는 크기뿐 아니라 위치도 보잘것없다. 태양은 우리은하 변방에 놓인 평범한 항성이고, 지구는 그 주위를 도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행성일 뿐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주와 그 안의 한없이 작은 지구를 떠올리면서 인류의 보잘것없음에 실망하는 이가 많다. 한편으로는 인간도 결국은 크기가 없는 기본입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는 허무함에 젖을 수도 있다.

우주의 막막함과 그 안에 놓인 인간 존재의 사소함을 대할 때면 나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글귀를 떠올린다. 허공으로 가득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성의 힘으로 스스로 깨달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존재가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애틋한 마음을 담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인간은 보잘것없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라고.

-36~37쪽, 「허공_원자에서 우주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이루는」

 

현대 양자물리학에서 ‘무’ 혹은 ‘정말로 비어 있음’을 뜻하는 진공(vacuum)도 과거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의 빈칸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물리학은 진공이 역설적으로 진공이 아님을 발견했다. 현대물리학의 진공은 넓고 깊은 바다와 비슷하다. 큰 바다를 가득 채운 바닷물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물장구를 쳐서 수면 위로 튀어 오른 물방울, 그리고 그 물장구가 남긴 바닷물 속의 공기방울만 볼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면 위로 올라온 물방울을 입자, 바닷물 안의 공기방울을 반(反)입자로 생각하면 된다. 진공이 이런 바다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입자 하나와 반입자 하나가 짝을 이루어 동시에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진공요동이다.

-59~60쪽, 「빈칸_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진공의 바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존재가 나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은 나의 존재가 당신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과 같은 크기일 수도 있겠다. 같은 중력이 작용해도 지구는 꿈쩍 않고 사과만 민감하게 반응해 움직인다. 당신이 나에게 스치듯이 말한 한마디는 짜릿한 기쁨이 될 수도,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혹은 쇠귀에 들리는 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결국 당신의 말의 경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질량에 달린 것은 아닐까.

-124쪽, 「사과_중력이라는 이름의 상호작용」

 

무게는 질량뿐 아니라 물체가 놓인 곳에서의 중력장의 크기가 결정한다. 내가 어제와 다름없는 동일한 사람이어도 어제보다 마음이 가볍거나 무거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존재하는 사회적 상황의 장이 바뀌어서다. 어떤 이는 사회적 장의 변화로 엄청난 존재의 무게를 갑자기 갖게 된다. 무거운 별이 주변의 중력장을 변화시키듯, 부여받은 무거운 책무로 무거워진 사회적 존재는 다시 방향을 돌려서 이 사회의 장을 바꿀 수 있다.

-149쪽, 「무게_존재의 무게를 좌우하는 중력장」

 

꼰대란 무엇인지도 물리학의 상관함수로 생각해볼 수 있다. 판단 기준이 형성된 시간과 공간상의 위치를 원점 (0,0)으로 정의하자. 시공간 위치가 원점으로부터 (t,x)로 떨어진 지금 이곳의 상황을 (0,0)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 꼰대다. 원점과 (t,x)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상관관계가 줄어든다. 엉뚱하게 판단하면서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중증 꼰대가 된다.

-155쪽, 「꼰대_지금 이곳의 좌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누구나 아는 윤동주의 「서시」의 문장이다. 시인은 이처럼 외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가슴으로 삶을 앓는다. 통계물리학에서도 민감도를 이야기한다. 민감도(susceptibility, 감수율)는 외부의 작은 자극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를 잰다. 막대자석의 경우라면 외부에서 작은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자성의 변화량을 자기장의 세기로 나누면 그 값이 민감도다. 약간의 자기장으로도 자성이 크게 변하면 민감도가 크다. 이렇게 정의하고 「서시」의 문장으로 시인의 민감도를 측정하면 그 값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시인의 가슴속 큰 괴로움을 잎새에 이는 약한 바람의 세기로 나누었으니, 그 값이 아주 클 수밖에.

-175~176쪽, 「떨림_변화의 순간을 알리는 격렬한 신호」

 

사랑에 빠진 둘은 서로를 매력적(attractive)이라고 느낀다. 둘 사이에는 서로 더 가까워지려는 끄는 힘(인력, attractive force)이 작용하는 셈이다. 매력(魅力)이 인력(引力)으로 작용하는 끌림의 근원은 전자기력이라면 모를까, 너무나도 약한 중력일 리는 없다. 두 원자핵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니, 전자기력이라면 모를까 강한 핵력이나 약한 핵력일 리도 없다. (……)

당신의 멋진 모습은 전자기력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입자인 빛알(광자)의 형태로 둘 사이 공간을 훌쩍 넘어 내 눈 망막에 닿는다. 망막의 시세포에 닿은 빛은 전기적인 신경신호를 만들어 내 뒤통수 쪽 시각중추에 도달하고, 다시 뇌의 곳곳으로 전달되어 여러 신경세포의 전기적인 발화패턴의 모습으로 우리의 감정과 인식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을 과학이 속속들이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첫눈에 반했다면 전자기력에 감사할 일이다.

-234~235쪽, 「마찰_뜨거워지는 세상, 폭주하는 미래」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는 “등속으로 움직이는 두 관찰자가 본 운동법칙은 같다”라는 것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 원리에 더해서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찰자라면, 빛의 속도는 누가 보아도 같다”를 보탠 이야기다. 물리학의 상대성이론은 ‘다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준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같음’에 대한 이야기다. 같은 법칙이 적용되지만, 기준이 달라지면 각자가 보는 현상이 다르게 보일 뿐이다.

-276~277쪽, 「기준_기준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같음」

 

칼 세이건의 책과 같은 제목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본 이상적인 장면을 기억한다. 작은 틈으로 들어온 햇빛을 프리즘으로 굴절시켜 분해해 커다란 방의 어두운 바닥에 넓게 펼친 장면이다. 길게 바닥에 펼쳐진 빛의 스펙트럼에서 방바닥 중간의 일부에서만 무지개 색깔이 보인다. 이렇게 좁은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난 곳에도 도달한 전자기파가 분명히 있는데도 우리는 전혀 보지 못한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빛이 우리가 보는 빛보다 훨씬 더 많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331~332쪽, 「틈새_있지만 잊었던 작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강연분야

4차산업( 과학 )

인문학( 인문학 )

주요학력

- 우메아대학교 이학 명예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석사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주요경력

- 한국복잡계학회 회장
-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교수
-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부교수
-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조교수
- 스웨덴 우메오대학교 조교수
- 스웨덴 우메오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강연주제

- 물리학으로 보는 인간
- 사람 사이의 연결은 큰 변화를 만듭니다
- 물리학으로 풀어보는 다양한 현상들
- 과학자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 세상물정의 물리학

주요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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