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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남궁인 외 8명 문학동네 2024년 05월 01일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 교보문고
  • yes24
목차
  •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_007
  • #비정규직 #아나운서 #일 vs 가족 #직업 수명

  • 손원평 피아노 _037
  • #공부방 #돌봄 노동 #중고 거래 #세속성 vs 순수성

  • 이정연 등대 _063
  • #복어 전문점 #수습 직원 #위기감 #정직원 전환 vs 희망 고문

  •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_091
  • #프랜차이즈 #본사 vs 점주 #인성 vs 수완 #조직 생활

  • 정아은 두 친구 _123
  • #간호조무사 #위계 서열 #친구의 사생활

  • 천현우 빌런 _155
  • #물류 알바 #코인 폭락 #이(십)대 남(자) #학벌주의

  • 최유안 쓸모 있는 삶 _187
  • #프리랜서 #통역사 #다큐멘터리 제작 #편집된 말

  • 한은형 식물성 관상 _221
  • #비건 식당 #매니징 #사업가 마인드 #PC함 vs 최신 유행

  •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_262


  • ◆ 책 속으로
  • 급여 시스템은 문제가 많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으로 방송이 죽으면 급여도 줄어들었다. 모두가 고대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휴가를 가도 무급이라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이렇게 프로그램 하나가 폐지되면 주급이 뭉텅이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매번 다른 요일에 입금되곤 했다. 프리랜서의 숙명이겠지만 급여가 흩어지니 매번 마음도 흩어지는 것 같았다. _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한 시간 동안 눈 화장을 지우고 인조 속눈썹을 제거하고 세안하고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는 과정을 상상했다. “씻다 죽어.” 이 말도 이제는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_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 중에서 돈으로 치환되지 않는 건 없었다. 친구의 결혼식, 어머니의 장례식, 감사와 이별의 모든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성의와 의리와 잔정의 크기가 모두 돈으로 환산 가능한 시절이 아닌가. 물론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을 터였으나 슬프게도 혜심에겐 그런 관계가 그다지 남아 있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고 사막의 밤 같은 외로움이 몰려올 때면 혜심은 기를 써서 그 감정을 떨치고 막아냈다. 외로움만큼은 돈으로 메워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걸 알아서였다. _손원평, 「피아노」

  • 아이들에겐 지겨울 정도로 꿋꿋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그 점이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도 지긋지긋하기도 한 이유였다. 준용에게 아직 그런 게 전부 휘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반가웠다. 준용은 마음이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한때의 혜심도 그랬을 것이다. _손원평, 「피아노」

  • 편한 곳에서 일할 기회를 어렵게 잡았는데, 이까짓 잔소리 하나 못 참겠어? 두어 달 식당을 맴돌며 세워둔 계획을 곱♡었다. 시답잖은 소리야 흘려들으면 되고, 그것만 참으면 이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 거야. 설희는 진심을 누르고,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다시 했다. 그렇다고 능수능란해 보여 일터를 자주 옮겨 다닌 것이 들통나면 안 되었다. _이정연, 「등대」

  • 진영은 푸념을 통해 자신이 점주와 같은 편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곤 했다. 넋두리엔 그런 효과가 있다는 걸 사회생활하며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그도 가맹점주가 푸념할 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진영의 일은 어디까지나 본사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진영은 본사를 욕할 때에도 그 점을 결코 잊지 않았다. _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나한테 와. 부탁이야.”
  • 승미의 입에서는 시종일관 같은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한테 와. 나한테 와.
  • 얼핏 보면 울음이라기보다 토악질로 보이는 동작이었다. (……) 지현은 무언가에 짓눌리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제 어린 시절 친구가 흐느끼며 쏟아내는 말들, 한 타인이 지금 어떤 인생 행로를 지나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짐작하게 해주는 말들이 귓전으로 들어와 얹히는 것을 날카롭게 인식했다. _정아은, 「두 친구」

  • 내일도 나가려면 구빵에 출근 문자를 보내야만 했다. 이런 일자리마저 선착순에 못 들면, 심지어 회사에서 관리하는 블랙 리스트에 들기라도 하면, 출근조차 안 시켜준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문자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문자가 왔다. 입금 알림이었다. 일당 82,840원. 헛웃음만 흘리다 문득 달리 일할 곳이 마뜩잖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과외를 뛸 학벌이 있길 하나, 편의점 가자니 대부분 최저임금도 안 주고, 공단 쪽은 무한익절 말마따나 구빵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_천현우, 「빌런」

  • 아르바이트 갤러리 다니고 나의 노예 생활 편해졌다.
  • 아르바이트 갤러리 다니고 나를 찾는 공정 적어졌다.
  • 아르바이트 갤러리 다니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_천현우, 「빌런」

  • 다음 화면에서 모건의 목소리는, 한국 젊은이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무엇을 포기하게 되었을까요. 다음 장면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고 말하는 배달 기사의 인터뷰였다. 첫 인터뷰이로 편집하겠다던 모건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배달 기사가 된 그 여자와 가진 재주로 돈을 아무리 벌어도 결국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나. 화면에 다시 나타난 내가 어쩐지 뾰로통한 표정이 되어 말하고 있었다.

  • 지금껏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그사이에 혼자서도 잘 사는 방법을 터득했을 뿐이에요. _최유안, 「쓸모 있는 삶」

  • “입이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민지씨도 알잖아. 하고 싶은 말 못 해서 민지씨도 아프고, 나도 아파. 나라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까? 혐오 발언도 금지, 차별도 금지인 이 시대에 혐오와 차별을 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문제가 될까? 법과 제도가 엉망진창인 나라에서 그걸 활용하는 게 문제가 될까? 어디 가서 이런 말 못 하지.” _한은형, 「식물적 관상」


  • ■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 ‘이런 시대에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느냐’ ‘문학의 힘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문학계에 한 발 걸친 사람이라면 요즘 다들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문학의 힘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나오는 질문이다. 돈의 힘이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 내 귀에는 궤변처럼 들리는 답이 있다. ‘문학의 힘은 무력함에서 나옵니다’ ‘문학은 힘이 없기 때문에 힘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 공허한 말장난 같다. 나는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있는 문학이 줄어든 것 아닌가 의심한다.
  • (……)
  • 아름다운 노래가 재난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것은 예술의 힘이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사이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 지금 새로운 재난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뭔지, 거기에 어떤 이름이 붙을지는 잘 모르겠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흔든다.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찾는다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현상들을 ‘자본가 대 노동계급’이라는 과거의 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후대 작가들은 알 수 없는 것, 동시대 작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도 있다. 스타인벡도 통화 긴축이 대공황을 불러왔다거나 재정지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를 소설에 쓴 것은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기획안을 쓰고 작가들을 모았다. _장강명, 「기획의 말을

남궁인 의사, 작가

강연분야

동기부여( 동기부여, 삶의자세, 꿈 )

경영( 리더십 )

힐링( 희망 )

주요학력

- 고려대학교 의대 졸업

주요경력

- 고려대안암병원과 응급의학과 수련의
-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수련의
- 고려대안산병원 응급의학과 수련의

강연주제

- 응급의학과 의사가 말하는 죽음과 삶, 그 경계
- 삶의 경계에 선 곳
- 만약은 없다

주요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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