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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교수가 들려주는 변방의 역사

김준혁 가갸날 2022.01.25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케이블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는 방송이 꽤 된다. 이 책의 저자 김준혁 교수는 그같은 역사 대중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KBS '역사스페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왔으며, 그가 출연한 팟캐스트 시청자가 1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정조 전문가인 그의 저서 《리더라면 정조처럼》은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사회 리더들의 필독서가 되며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유튜브 인기방송 김용민TV에서 ‘히히히스토리’라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즐겁게 웃는 ’히히히‘와 역사를 말하는 ’히스토리‘를 합친 제목답게 독자를 포복절도하듯 웃게 만드는 감동적인 역사 방송이었다. 역사교수답게 그는 역사적인 기록에 근거해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뛰어난 통찰력과 설명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야사라도 듣듯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히히히스토리의 특징은 현재 우리 시대의 정치 이슈와 역사를 결합해 설명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크게 성공한 셈이다. 저자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시대정신을 저버리고 악행을 일삼은 역사 속의 인물들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오늘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것이 역사학자로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데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히히히스토리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이 두 권의 책으로 묶였다. 방송의 성과를 집대성해 가장 알찬 내용만 추린 것이다. 너무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지만 흥미로운 역사의 뒤편에서 숨어 있는 진실을 발견하는 재미가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신영복 교수의 말을 빌어 역사의 승리는 변방이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변방의 역사‘라고 한 이유다. 독자들의 감동적인 독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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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망국의 날에 죽는 선비 하나 없어서야
오늘의 땅투기와 조선시대의 땅 빼앗기
조선의 진짜 무사들 이야기
법의 적용은 임금의 가까운 신하에서부터
조선시대에도 사법개혁이 있었다
서울 함락 직후 맥아더와 이승만 수원에서 만났다
영조의 광기와 사도세자의 죽음
불순한 음모 인조반정과 쿠데타
강화도령 철종은 개혁군주가 되고 싶었다
여인천하와 외척의 싸움
조선 사헌부의 난잡했던 신고식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꿈꾸었던 나라
쇼킹한 원조 친일파 이근택
친일의 역사에서 시작된 유치원의 뿌리
의병,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다
조선시대의 신종 코로나 괴질
여성이 지켜온 세시풍속 문화
조선 최대의 정치공작 정여립 사건
조선시대의 사문난적 마녀사냥
정조 죽음의 미스테리
명나라 향한 사대주의의 말로
백성을 품어준 포용의 리더십
단종의 사면, 유성룡의 사면
소서노가 선택한 도시, 천박한 서울 


◆책 내용중

나는 정치와 역사를 동시에 담은 유튜브를 하고 싶었다. 역사를 통해 오늘의 정치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의 정치와 과거 우리 역사 속의 정치를 비교하고, 지금의 잘못된 악인들을 과거의 악인들과 대비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다. 온갖 권력을 누리는 악인들을 반드시 하늘이 응징할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주고 싶었다. …

팟캐스트에서 100만 명을 넘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내가 한 방송 중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김용민 PD가 감격해서 전화를 준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후 김PD는 김용민TV를 만들면서 내게 제안을 했다. 팟캐스트에서 방송하던 것을 유튜브에서 흥미롭게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목을 이야기했다. 바로 ‘히히히스토리’였다. 즐겁게 웃는 ‘히히히’와 역사를 말하는 ‘히스토리’를 합친 것이다.
--- p.7

황현은 절망했어요. 더 지켜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결심을 하죠. 자신이라도 죽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 거예요. 나라를 빼앗겼는데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이는 나라를 되찾을 힘이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한 거였죠. 죽기로 결심을 한 황현은 음력 8월 3일 밤에 마음을 가다듬고 〈절명시〉를 썼어요. 짧은 유서도 작성했죠. 그리고 조용히 앉아 아편을 탄 술을 마셨어요.
--- p.19

이홍경이 사귀던 통감부 서기관이 일본으로 발령이 났어요. 그 사람과 이홍경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었거든요. 송별회가 열리게 됐어요. 두 사람이 갑자기 송별회 자리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진한 키스를 나눈 거예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랐죠. 속으로 혀를 끌끌 찼겠죠. 이홍경이 하세가와 요시미치 사령관과 특별한 관계라는 소문이 온 나라에 자자했거든요. 하지만 이들은 풍문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이런 만인이 손가락질할 일탈행위를 벌인 거예요. 당시 친일파들의 매국 행위가 얼마나 상상을 초월했는지 알 수 있죠.
--- p.22

김체건은 초량 왜관에 잠입하기로 결심합니다. … 김체건은 눈에 불을 켜고 일본 무사들이 검법을 지켜봤죠. 몰래 지켜보며 눈에 익힌 다음 한밤중에 그 동작들을 시연하면서 배워나간 거죠. 하나라도 더 가까이에서 찬찬히 지켜보기 위해서 훈련장 건물 마루 밑에 토굴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고 해요. 그러기를 3년 가까이 했어요. 왜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웠죠. 그래도 만족스럽지가 못한 거예요. 김체건은 일본으로 건너갈 결심을 합니다. 숙종 초에 일본으로 떠나는 조선통신사가 있었어요. … 일본에 건너간 다음 최고의 고수를 만나기 위해 일본 무도관으로 잠입하기도 했죠.

일본어를 배웠다 해도 낯선 땅에 가서 신분과 목적을 숨긴 채 남의 나라 무예의 정수를 배워 온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겠어요. 힘든 노력 끝에 김체건은 일본 정통 검법을 완전히 터득하게 되었죠. 일본 검법을 제대로 배움으로써 조선 검법을 통해 일본 검법을 이길 수 있는 방법까지 깨우치게 된 거예요. 마침내 조선으로 돌아왔죠. 김체건이 돌아오자 숙종은 일본 검법을 시연해 보라고 했어요. 숙종은 김체건의 진짜 무예 실력을 보기 위해 바닥에 재를 뿌리라고 했어요. 김체건은 두 발의 엄지발가락만으로 바닥을 디디며 붕붕 날아다녔다는 거예요. 시연이 끝났을 때 재 위에는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고 해요. 사람들은 김체건을 가리켜 ‘조선제일검’이라고 부르게 됐죠.
--- p.44

영조가 노론의 지지에 의해 왕이 되었거든요. 아무리 신하들의 힘이 세다고 해도 왕의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자기 정치를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영조가 자신의 철학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잖아요. 그때 신하들이 영조한테 말했다죠. “전하가 어떻게 국왕이 되었는지 기억을 못하십니까? 전하 혼자 왕이 된 줄 아십니까?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전하가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권력이라는 건 제도 속에서 나오는 거죠. 강고한 제도를 틀어쥐고 있으면 왕이라도 신하에게 함부로 못하는 거죠.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은 전 세계에서 검찰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센 기능을 다 가지고 있어요. 이런 검찰 권력은 어디에도 없어요. 일제가 조선인을 탄압하기 위해서 사상 유례 없는 검찰 권력을 만든 거예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잖습니까? 전혀 견제를 받지 않다 보니까 권력 자체가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기소권 행사가 아주 자의적이에요.
--- p.60

사헌부는 아주 큰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평상시에 할 일이 많은 게 아니에요. 노는 게 일이었어요. 출근해서도 하루종일 술을 마시는 거죠. 술을 마실 때는 거위 알 모양의 아란배鵝卵杯에 술을 부어 마셨다고 해요. 붓 100개쯤 들어가는 큰 술잔이었죠. 그 많은 양의 술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이들은 한창 흥이 오르면 자기들 조직의 노래를 불렀어요.

〈상대별곡〉이란 경기체가로 정종 때 대사헌을 지낸 권근이 지었죠. 조선시대의 수많은 기구 중에 자기 조직의 노래가 있던 기관은 사헌부밖에 없었죠. ‘영웅호걸 일시인재, 영웅호걸 일시인재, 나까지 몇 사람인고’ 하는 가사가 지금도 전해 와요. 백성을 위해 헌신하고 사회를 맑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 영웅일 텐데, 백성의 고혈을 빨아 하루종일 술이나 마시면서 이런 겉과 속이 다른 내용의 노래를 부른 거죠.
--- p.144

이근택이 고종한테는 측근 중의 측근이었거든요. 고종을 호위하며 신변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보니까 고종과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알지 않겠어요? 활용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일본이 이근택을 매수해요. … 친일파로 변신한 다음에는 노골적으로 일본의 합병정책에 동조하고 앞장서죠. 불명예스럽게도 을사오적의 한 사람이 된 거죠.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 집에 돌아온 이근택은 자신의 전 가족을 모아놓고 자랑스레 떠벌였다고 해요.

내가 오늘 중요한 조약에 도장을 찍었다. 우리 집은 억만금을 얻었다. 영원히 부자가 될 거다. 그때 갑자기 부엌에서 쾅, 쾅하고 칼자루 내리치는 소리가 났어요. 그러더니 여종이 칼을 들고 나타나서 이근택한테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내가 비록 이 집에서 일을 하는 천한 종이지만 너 같은 천하의 역적 밑에 있는 것이 부끄럽다, 너는 참으로 개, 돼지보다도 못하다고 하면서 칼을 집어던지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해요.
--- p.166

자기들 생각하고 다른 말을 했다고 마녀사냥으로 몰아붙여 사문난적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렸지요. 3년상을 주장했다고 사문난적이라고 몰아세웠고, 국정 운영에 간섭하면 안되는 대비의 행동을 지적했다고 불효자라는 낙인을 찍은 거예요. 그마저 부족했던지 마지막에는 남인들이 임금을 능욕하는 쿠데타를 준비했다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요.

이 가짜 뉴스에 숙종이 완전히 넘어간 거예요. 갑자기 영의정 허적과 병조판서 유혁연이 사형에 처해진 거예요. 이 사람들에게 덧씌운 죄목은 역적죄였어요. 그런데 윤휴만큼은 달랐어요. 윤휴는 사문난적 사상범으로 몰아서 죽인 거예요. … 사문난적이란 말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는 천형과 같은 것이었어요. 윤휴의 죽음을 본 사대부들은 얼마나 두려웠겠어요.
--- p.241

다산이 쓴 글 중에 〈솔피의 노래〉라는 게 있어요. 솔피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인데, 이빨을 지니고 있거든요. 솔피떼 수백 마리가 큰 고래한테 달려들어 물어뜯어서 죽였다는 내용이에요. 솔피는 노론, 큰 고래는 정조로 해석될 수 있어요. 다산은 〈솔피의 노래〉를 통해 아주 은유적으로 정조가 독살되었다고 쓴 거죠. 직설적으로 쓰면 곧바로 체포되어 참형에 처해질 테니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죠. 다산은 아주 명백하게 정조가 독살되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 p.257 

김준혁 한신대학교 교수

강연분야

인문학( 인문학, 역사, 고전, 한국사 )

주요학력

- 중앙대학교 사학과 박사

주요경력

- 2014~현재 한신대학교 교수
- 2011~2013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2009 수원화성박물관 학예팀장

주요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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